도미니크 가뇽은 이전 작품인 <속임수>에서 10대들이 온라인에 포스트한 아마추어 비디오 몽타주를 통해 니힐리즘에 유혹받는 서양 청년의 강박을 드러낸 바 있다. <북극의 이누이크>는 다큐멘터리의 발명가라 할 로버트 플라허티의 연대기적 제스처를 전복하면서 이 체계를 확장한다. 여기엔 그들 자신의 영화를 만드는 극지방의 원주민인 이누이트의 후손들이 있다. 수백의 이누이트 영화제작자들이 유튜브에 업로드 한 500시간에 가까운 아마추어 영화를 일관성 있게 배치함으로써 그는 ‘카오스의 담론’으로서의 영화를 생각하게 만든다. 가뇽은 북극곰을 비롯해서 사냥, 술 주정뱅이, 석유 굴착 장치, 즉흥 연주, 노출증, 눈썰매 경주 등의 신을 반이국적이고 리드미컬하게 배치하며 흡사 베르토프적인 ‘키노-아이’를 만들어낸다. 이와 같은 시/청각적인 활용을 통해 이 저질스럽고 걷잡을 수 없는 문화 변용은, 너무나 쉽게 동시대 세계의 가장자리로 정의되어 있는 이 사람들에 대한 클리셰로부터 우리를 떨어뜨린다.[제 7회 DMZ국제다큐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