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경기도 평택시 대추리는 한때 1만 명이 넘는 군과 경찰에 의해 초토화 되는 과정이 9시 뉴스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들판과 초토화된 초등학교 운동장, 포크레인 앞에서 주저앉는 마을 가옥의 이미지는 모두 잊혀져 가고 있다. 2005년 12월 이후 법적으로 국방부 소유의 땅이 되어버린 대추리에 하나 둘씩 생겨나는 빈 공간들을 채우기 위해 한 가지 색깔로 규정할 수 없는 나비떼들이 날아 들어온다. 그 나비떼들은 빈 집을 가꾸고 빈 땅에 곡물들을 공동경작하며 자신들의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마을 주민들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대추리로 가는 이유>는 대추리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 이후의 일상들과 나비 떼들이 대추리에 살고 있는 이유들을 보여주며 대추리라는 공간에서의 삶의 의미를 묻는다.경기도 평택시 대추리. 질 좋은 평택미를 생산하던 이곳은 어느 날 느닷없이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로 지정된 후 이제 공식적으로는 국방부 소유의 땅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대추리로 가는 이유>는 군과 경찰의 물리력에 의해서 비워지고 황폐화되고 있는 그 땅에 들어가서 지역 주민 더불어 투쟁하고 있는 여성 활동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대추리라는 공간에서 땅과 땀, 그리고 삶의 의미를 질문하고 있는 그들을 한없이 겸손하게 따라가는 카메라 뒤에서 우리는 이 무자비함의 배후에 놓여있는 제국적 힘의 논리와 지역에서의 작동 방식을 목도하게 된다. (서울여성영화제 - 권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