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 끝과의 조우>는 극한 상황에 처한 인류를 탐구하는 계관시인으로서 베르너 헤어조그 만한 거장이 없음을 다시 한번 입증해주는 작품이다. 강렬한 시각적 탐험을 원하던 헤어조그 감독은 남극의 여름인 10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맥머도 기지를 방문한다. 남극의 맥머도 기지는 미국국립과학재단의 본부이자, 천백 명이 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대규모 공동체이기도 하다. 헤어조그는 숨막히는 남극의 풍광과 해양 생물학자에서부터 트럭 운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펼쳐놓고 인간의 본성과 대자연에 대해 사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