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자가 몽환적으로 도시를 방황한다. 그 여자를 바라보는 한 남자. 그 여자의 초점없는 눈동자, 그리고 비틀거리는 걸음이 오래전 잊혀진 기억과 함께 오버랩된다. (A woman dreamily wanders around the city and a man watches her. Her focusless pupils and staggering steps are overlapped with old memories.)연출의도. 도연'이라는 이름을 기억한다. 언제부턴가 내 기억속에 존재해 온, 알 수 없는 이름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를 비로소 할머니에게 들었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그 녀석과 나는 불알 친구였던 것이다. 그 먼 시절의 일들이 왜 내 기억속에서 잠든 채 도사리고 있었을까. 녀석과 나는 재미있는 사건들을 함께 경험하며 발가벗고 지냈을 텐데 왜 그것이 뚜렷한 형태가 아닌 희미한 잔상처럼 잠들어 있던 것일까. 어쩌면 잠든 기억들이 실존하는 현세의 나른한 존재감보다 너무나 아름답기에 감히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일지도. 그러나 그것은 유령처럼 피상적인 그 무엇일 것이다. 이야기를 제공한 '잠든' 도연에게 감사한다. (I remember the name ‘Do-Yeon. I don’t remember him but the name has stayed with me for a long time. My grandmother told me who he was. He was my childhood friend. Why my memories have been dormant for so long?)제16회 부산단편영화제 본선 진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