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눈 앞의 현실을 담아낸다. 기록하고 대화하며, 있는 그대로를 나타낸다. 그 너머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정서적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보는 이에게 주어진다. 대상을 바라보는 감독에게,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에게. 어머니가 가방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마음을 알지 못하면, 어머니가 방에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도 알 수 없고, 가 영화 만들기에 관한 영화라는 것도 알 수 없다. 익살스러운 제목과 달리 담담하고 진지한 이 영화는, 서툰 화면과 달리 치밀하고 구조적이다. 감독은 여러가지 대조법을 통해 영화의 위상에 대한 고민을 반영하고, 세계가 자신의 신비를 드러내는 순간을 묵묵히 담아낸다. 는 지적 장애를 가진 형에게 일찍부터 가족들의 관심이 집중될수록 점점 자신의 나이에 맞지 않는 어른의 얼굴을 갖게 되는 둘째 재민을 담는다. 영화는 각자의 방식으로 장애라는 상처를 극복하는 가족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재민이 숨겨왔던 어린이의 순수한 감정을 비추는 카메라는 재민과 그의 가족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단단해짐을 알 수 있는 희망적 메시지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