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기 말라왕국에는 생식불능의 남편을 가진 여자를 임신시키기 위해 상대를 선택하는 니요가라는 제도가 사회적인 관습으로 유지되어 왔다. 행복한 결혼생활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없었던 말라왕국의 왕과 왕비는 원로원으로부터 니요가를 통해 후사를 볼 것을 강요 받는다. 왕비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니요가의 상대를 선택해야 하고, 왕은 개인적인 감정을 희생해야만 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소개 글. 아몰 팔레카 하면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인도에서는 70년대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던 인기스타였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부터 감독으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벽이 없는 마을(Banagarwadi)>, <말하지 않은 것(Ankahwee)>, <로맨틱해집시다(Thodasa Roomani Ho Jayen)> 등과 같은 수작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는 90년대 중반부터 여성의 성적 정체성에 관한 일련의 연작들을 만들어 오고 있는데요, [아나핫]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입니다. 뭄바이에서 출생했고, 뭄바이에서 스타로 성장한 그이지만 이번에 그가 만든 <아나핫>은 변방이라 할 수 있는 마라티어로 만든 작품입니다. 왕의 생식불능 때문에 아이를 갖기 위해 왕의 어릴 적 친구와 잠자리를 해야 하는 왕비의 갈등과 왕의 질투를 그린 이 작품은 자극적인 성애 장면보다는 성적 정체성의 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탐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주제의 영화를 인도에서 만들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엄격한 검열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몰 팔레카는 비교적 저예산의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10세기 말라왕국의 궁정을 훌륭하게 재연해 냈는데요, 바리우드 최고의 스타인 소날리 벤드레(왕비 역)의 매력을 최대한 뽑아내서 한편의 아름다운 시적 영화를 탄생시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