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에 소개된 <아이 러브 베이징>을 포함한 베이징 3부작으로 중국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감독, 닝 잉의 5번째 영화. <네 여자의 수다>는 여성의 시선으로 과거 중국사회를 비판하고 여성 스스로 자신을 설명하는 이전의 중국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시도이다. 자신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남편에게 보낸 외설스런 이메일을 읽은 니우니우 는 그 여자가 누군지 밝혀내기로 결심하고 춘절을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친한 친구 3명을 집으로 초대한다. 하루의 시간을 같이 보내면서 니우니우가 받은 이중배반에 대한 사건풀이 보다는 영화는 여성들 자신에 주목한다. 이들은 거친 말투와 거리낌 없는 행동으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표현하고 이제는 딛고 일어선 과거의 기억들, 이념제일주의의 중국사회에서 이념에 절은 보수적인 아버지와 수동적인 어머니로 인한 상처를 이야기한다. 친친 역을 맡은 잘 알려진 배우 리 친친 을 제외하고 3명은 실제 정치권력의 가문에서 태어난 현재 중국에서 유명한 인물들. 닝 잉 감독은 내레이션을 통해 이 여성들이 실제 자신의 과거를 말하게 함으로써 영화를 더욱 현실적으로 만든다. 블랙유머와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 독특한 방법으로 현재 중국 여성의 내면을 드러낸 공격적이고 기념비적인 여성영화.이 작품은 한마디로 ‘과감한 작품’입니다. 네 여성들의 대화 속에서 그동안 중국영화가 금기시 해왔던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끄집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그렇다 치고, 문제는 누가 그 역할을 해냈느냐 하는 것인데요, 쟁쟁한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네 명의 등장인물 중 연기자는 리친친 단 한 사람 뿐입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소위 저명인사들입니다. 먼저, 니우니우 역을 맡은 헝후앙의 경우 아버지가 마오쩌뚱의 개인 영어통역사였고, 어머니는 고위 외교관료였습니다. 또한, 그녀는 전 외교부장 차오구안화의 양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첸카이거의 첫 번째 부인으로서입니다. 두 사람의 결혼 당시 많은 사람들이 첸 카이거가 출세 때문에 명문가의 헝후앙과 결혼한다고 수군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패왕별희>가 동성애의 코드를 가지고 있음에도 중국에서 개봉될 수 있었던 것은 헝후앙의 덕분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하지만, 헝후앙은 중국사회의 터부를 과감히 깨는 행동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녀는 출판인으로서 파격적인 잡지를 만들어 여성들의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의 역할은 비록 데뷔작이긴 하지만, 적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라라 역을 맡은 리우소라 역시 쟁쟁한 인물입니다. 그녀는 뛰어난 작곡가이자 가수, 소설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녀가 유명한 것은 부모 때문이기도 한데요, 어머니(리우지단) 역시 유명한 소설가였으며 마오쩌뚱을 비판하는 소설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문화혁명 기간에는 부모가 모두 투옥되는 쓰라린 경험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마담 예 의 역을 맡은 핑 얀니는 성의 청장(우리나라의 도지사에 해당)의 딸입니다. 사회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그 목소리가 강력한 힘을 갖는 여성들이 모여 의미있는 수다(?)를 떠는 것이지요. 이쯤 되면, 영화를 빙자하여 그녀들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 손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