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프랑수와는 스릴러 영화를 준비하면서 여배우와 함께 누드 장면 스크린 테스트를 하던 중, 여성들이 사소한 성적 터부를 위반함으로써 쾌락을 얻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여성들의 진정한 욕망과 쾌락을 스크린에 담고 싶어진 그는 남녀간의 관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오르가즘에 이르는 여성들을 찾아 나선다. 이러한 독특한 영화에 출연을 원하는 여성들을 하나씩 만나지만 선뜻 카메라 앞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모습을 허락할 배우는 흔치 않다. 수많은 여배우가 다녀간 뒤, 샬롯과 줄리가 마지막 테스트를 받는다. 식당에서 남들 몰래 자위행위를 하는 두 사람은 곧 호텔로 자리를 옮겨 프랑수와가 보는 앞에서 격렬한 성관계를 갖는다. 두 여자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쾌락이라며 만족하고, 프랑수와도 캐스팅을 확정한다. 한 명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을 지켜보던 식당의 웨이트리스 스테파니가 오디션에 찾아오는데… 영화제 소개글. 정확히 무엇이 얘기된 것인지에 대해선 혼란스런 감정을 남기면서도 무언가 아주 진지하고 중요한 문제가 제기되었다는 사실에 대해선 의심을 남기지 않는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있다. 쟝 끌로드 브리소의 <죽음의 천사> 역시 그런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이 작품의 토대를 구성하는 질문들은 강렬하고 진지하다. 하지만 단순하지도 명쾌하지도 않다. 여성의 에로스란 무엇인가 하는 명시적 질문에서부터 인간은 과연 타인의 진실에 가 닿을 수 있는가 하는 인식론적 회의의 문제 그리고 유혹의 메커니즘 속에서 수시로 성격을 달리하게 되는 진실과 거짓의 성질 전환 등 명증한 정신으로도 명확하게 답할 수 없는 복잡한 질문들이 상호의존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얼핏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아이즈 와이드 샷>을 떠올리는 주제 같지만 사실 보다 광범위한 질문과 모티브들이 그물처럼 얽혀있는 작품이다. 복잡한 내러티브를 큰 무리 없이 끌고 가는 솜씨와 세련된 문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 (전용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