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샤브롤의 정치스릴러물. 2006년 베를린 영화제 공식 경쟁작. 판사 장 샤망(이자벨 위뻬르)은 공금 유용과 관련된 아주 복잡한 사건을 맡는다. 경제계의 거물에게 가해진 혐의를 조사하면 할수록 그녀는 권력의 실체를 체감하게 된다. 혐의를 입증하면 할수록 그녀는 압력에 시달리게 되고 그 때문에 그녀의 사생활 또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녀는 강력하게 저항해오는 권력에 맞서 권력에 중독되지 않고 얼마나 그 권력을 쓸 수 있을 것인가라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을 맞닥뜨린다. 영화 소개글. 프랑스 누벨바그의 살아있는 거장인 클로드 샤브롤은 스릴러 장르를 빌어 프랑스 부르주아의 위선을 종종 영화화했다. 그의 신작 <코미디 오브 파워>는 그런 계급문제에의 관심이 거대한 권력관계와 프랑스 사법체제로 더 확장된 영화다. 판사 잔느(이자벨 위페르)는 공적자금 유용과 관련한 사건재판을 맡게 되면서 자신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심각한 위기감을 느낀다. 상대는 경제계의 거물들과 정치권의 실세들. 그들의 혐의가 조금씩 입증될수록 잔느는 점점 협박과 압력에 시달리고 강력하게 저항하는 권력에 맞서 권력을 어떻게 행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느슨한 스릴러 장르에 베테랑 연기자들의 뛰어난 연기, 자연조명과 실제공간을 활용한 사실적인 연출, 곤란한 문제들에 대한 인물들의 폭넓은 대화를 활용하면서 샤브롤은 판사 잔느가 기업의 중역들과 공공기금을 남용한 정치인들 사이에서 겪게 되는 권력의 충돌상황을 세밀하게 탐구한다. 권력의 특권과 책임이 문제가 된다. 돈세탁, 뇌물성 부정자금, 부동산 거래와 채권인수 등을 통한 다양한 기업범죄와 법적 통제를 가하려는 공적권력, 그리고 이를 곤경에 처하게 하는 프랑스 사법제도의 문제가 샤브롤의 권력해부의 과정을 통해 조금씩 드러난다. 이야기는 모두 픽션이지만 이 영화는 불가피하게 90년대 프랑스를 강타한 최대의 부정부패 사건이었던 ‘엘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