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인간들의 삶을 구수하게 묘사하는 데 재능을 보인 사카모토 준지의 작품 목록에서 는 좀 뜻밖이다. 전후 일본 사회를 무대로 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낙관적이고 희극적이다. 1947년, 미군정 치하의 도쿄에서 재즈는 영어, 츄잉껌과 마찬가지로 미국 문화의 상징이었다. 미국 담배 이름을 딴 럭키스트라이커스란 재즈밴드를 결성한 다섯명의 젊은이들은 하룻밤 일당이 보통 사람의 월급과 맞먹는 미군 클럽의 무대에 정기적으로 오르기 위해 무기를 팔아 악기를 구입한다. 대동아 전쟁 때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유입되는 시절을 무대로 이 영화는 각양각색의 사연을 지닌 등장인물들의 삶을 통해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깨에 힘을 빼고 희극적으로 묘사한다. 동시에 대동아 전쟁 때 일본군에게 동생을 잃은 한 미군 병사와 밴드 멤버간의 갈등과 대립을 통해 이 시기의 미국과 일본이 겪은 관계의 본질을 비유적으로 들춰내 보인다. 어느 쪽이든 심각한 것이라기보다는 상쾌한 여운을 준다. 옛날영화를 보는 듯한 신중한 호흡으로 사카모토 감독은 상호 흡수를 통해 풍부해지는 인간들의 약동하는 삶의 기운을 여유 있게 바라본다. 김영진